인생의 나열

죽기 전에 볼 회고록

나의 과거 16

거짓 된 모습보단 인간 다운 모습이 낫다.

고교시절 자기소개서를 제일 잘 썼다고 여기저기서 칭찬받은 한편 다른 친구들은 공기업에 붙었지만 나만 떨어졌던 것은 자기소개서를 지나치게 잘 써서였다. 아니, 남의 필체를 내 것 인양 훔쳐 썼기 때문이고 나보다 나이와 경험이 많은 인사담당자들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19살이 쓴 19살의 자소서. 19살의 이야기와 성의와 노력이 담긴 자소서를 택했을 것이고  똑같은 19살이 훔친 누군가의 자소서는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보면 자기소개서, 이력서 한 장이지만 그 몇장의 종이에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담겨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어려움에도 정면으로 부딪히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나가는 삶인지 요령따위로 포장해 겉만 그럴듯해보이려고 하는 삶인지 난 후자였고 지금까지도 그랬었다. . ...

나의 과거 2025.01.24

승리

가장 크고 위대한 이김 고작 이틀째지만 매일 아침 조깅과 운동, 그리고 운동 후에 다시 뜀뛰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고작 이틀째지만 깨달음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이기기 어려운 건 나 자신이다. 이전까지는 타인을 앞지르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타인과 수도 없이 나를 비교하며 자신을 학대해 왔다. 그러나 가장 크고 위대한 이김은 나 자신을 이기는 것이었다. 시원하고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데 그 어느 음식보다도 맛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뛰는 상상도 해본다. 행복했다. 힘껏 뛰고 집에 돌아오며 여자친구에게 머리장식을 선물해 준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여자친구가 조금 더 여성스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고는 정작 여자여자한 선물은 한 적이 없었고, 여태껏 내가 그렇게 만든 것만..

나의 과거 2024.03.17

경계

인생에 리셋이 있다면 인생을 다시 살고 싶었다. 게임처럼 인생이 리셋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불안감이 있다. 늦은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자신감도 부족하다. 그러나 이겨내자. 열심히 노력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만이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수많은 시련과 결핍을 동력 삼자. 견디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느리더라도 차근차근말이다. 발걸음이 더딘 것보다 멈추는 것을 경계하자.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자. 내가 나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데 그 어떤 사람이 날 믿어주겠는가 믿음을 갖자. 할 수 있다.

나의 과거 2024.03.17

말의 높낮이

아침에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고 있었다. 마침 집주인아저씨께서 나오시고 계셔서 인사를 드렸더니 환하게 웃으시며 인사를 받아주시는 모습에 나까지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이전에도 인사를 드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몸과 정신이 피폐해져 있었고 그러한 모습들이 연륜을 속일 수는 없었나 보다. 요즘 내 말의 높낮이는 이전보다 낮은 편이다. 그러나 예전의 목소리보다 부드러워졌고 미소를 띠며 인사하는 편인 것 같다. 눈동자 또한 예전의 게슴츠레한 눈에서 조금은 생기 있고 말똥말똥한 눈으로 바뀌었다. 말의 높낮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나의 과거 2024.03.17

사색

요즘 사색을 많이 한다. 운 좋게 취향저격의 노래를 업로드하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찾았고 그 음악들을 들으며 이따금 사색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기도 한 느낌이지만 이때만큼은 나의 정신과 마음이 그저 편하게 쉬는 것만 같아 나쁘지 않다. 마음이 편하니 몸 또한 편안하다. 왠지 이 여유로움이 불안하지 않다. 이른 새벽에 하게 되는 이 사색이 조금은 행복하다고 할 수 있으려나 잔잔한 피아노 소리에 몸과 마음을 맡기니 절로 작은 미소가 지어진다. 지금의 플레이리스트 이름도 '행복하고 싶다.'구나. 어쩌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모두 이 플레이리스트에 이끌려 나처럼 작지만 소소한 이 행복을 경험하고 있지는 않을까.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시대에 살고 있다. 누리는 만큼에 만족하지 ..

나의 과거 2024.03.17

미래

두려움, 막막함, 불안함 그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그전에도 불평불만뿐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난 참 부모님께 많은 것을 받고 편안하고 안락하게, 그리고 배부르고 등따시게 살았다. 그래서인 걸까 아니면 내가 철이 늦게 든 걸까. 직업도 모아둔 돈도 쌓은 스펙도 없는 내가 그저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겠지, 세상이 바뀌겠지, 사회적인 구조가 날 끌어올려주겠지 싶었다. 29살, 2024년이 돼서야 깨닫는다. 그 누구도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부모님은 쇠약해져 가고 이대로 머물러있으면 내 소중한 사람도 눈물을 흘리며 떠나갈 것이다. 미래가 없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서 난 첫 연애의 초창기에나 느끼던 막연한 불안감과 막막함을 느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너무 ..

나의 과거 2024.03.17

인사치레

요즘 눈물이 많아졌다. 문득 책을 읽다 어렸을 때 부모가 자식에게 읽어주는 책이 아이의 가치관에 영향을 준다는 글에 늦은 시간 엄마에게 내가 어렸을 때 무슨 책을 읽어주었냐고 물어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오후 9시 전에는 잠들던 엄마가 무슨 일인지 자정이 다 돼 가는 시간까지 깨어있다 답장을 주었는데 어린이동화책이었다고 한다. 내가 잘 들었냐 물어보니 너무 똘똘해서 천재인 줄 알았다고 답장이 왔다. 그 이후에는 서로의 근황을 묻거나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평범한 대화였는데 대화가 마무리 마무리될 즈음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왜 이런 소중한 것들을 그동안 외면하면서 살아왔을까, 내 10대 20대는 어째서 무의미하고 허무한 것들에 매여있었을까 하며 그동안의 삶을 통째로 부정하고 싶어졌다. 사소한 몇 분 간의..

나의 과거 2024.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