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막막함, 불안함
그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그전에도 불평불만뿐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난 참 부모님께 많은 것을 받고 편안하고 안락하게, 그리고 배부르고 등따시게 살았다. 그래서인 걸까 아니면 내가 철이 늦게 든 걸까. 직업도 모아둔 돈도 쌓은 스펙도 없는 내가 그저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겠지, 세상이 바뀌겠지, 사회적인 구조가 날 끌어올려주겠지 싶었다.
29살, 2024년이 돼서야 깨닫는다. 그 누구도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부모님은 쇠약해져 가고 이대로 머물러있으면 내 소중한 사람도 눈물을 흘리며 떠나갈 것이다. 미래가 없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서 난 첫 연애의 초창기에나 느끼던 막연한 불안감과 막막함을 느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너무 늦은 것은 아닐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하루하루 마음이 놀란 채로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난 다시 책을 집는다. 책을 보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편안하다.
또한 책이 난파선이 된 나를 구조해주지는 않을까 하며 마찬가지로 조금은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책을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