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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치레

부랑자뜨내기 2024. 3. 17. 00:15

요즘 눈물이 많아졌다.

 

문득 책을 읽다 어렸을 때 부모가 자식에게 읽어주는 책이 아이의 가치관에 영향을 준다는 글에 늦은 시간 엄마에게 내가 어렸을  무슨 책을 읽어주었냐고 물어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오후 9시 전에는 잠들던 엄마가 무슨 일인지 자정이  돼 가는 시간까지 깨어있다 답장을 주었는데 어린이동화책이었다고 한다. 내가  들었냐 물어보니 너무 똘똘해서 천재인  알았다고 답장이 왔다.  이후에는 서로의 근황을 묻거나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평범한 대화였는데 대화가 마무리 마무리될 즈음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왜 이런 소중한 것들을 그동안 외면하면서 살아왔을까,  10대 20대는 어째서 무의미하고 허무한 것들에 매여있었을까 하며 그동안의 삶을 통째로 부정하고 싶어졌다. 사소한   간의 카카오톡 대화만으로 이렇게나 따뜻하고 소중한데 난 그동안 무얼 위해 무얼 바라보며 허둥지둥 댔을까

 

난 왜 주변 사람들의 소중한 마음들을 외면했던 걸까,   이렇게 바보 같았을까 하며 글을 쓰는 와중에도 펑펑 울고 있다.

 

나한테는 과분하지만 부족하다며 끊임없이 건네는 사랑들이 있다.

건네도 건네도 부족하다며 미안함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마음들을 외면한 게 너무나 괴롭다. 너무나 미안하다.

이 날 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인사치레가 아닌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 법을 배웠다.

 

"아프지 말고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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