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나열

죽기 전에 볼 회고록

나의 과거 16

서투름

풋풋한 사랑을 꿈꿔본 적이 있었다. 가장 서투른 때에 운명의 누군가와 만나기 위해 집 앞 골목에서 기다리는 나와 골목을 돌아오는 연인을 지켜보는 꿈 . . . 그런 풋풋한 사랑이 하고 싶다. 이젠 느낄 수 없는 그 설렘을 다신 느껴보지 못할 사랑을 모든 게 처음이라 서툴렀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처음이란 것은, 서투름이라는 것은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가장 큰 선물일지도

나의 과거 2024.03.17

어차피 가지지 못할 거

어차피 가지지 못할 것이라면 상처 입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포기하는 만화 주인공이 있었다. 난 가질 수도 없지만 포기할 수도 없어 그 사이에서 끙끙 애쓰는 그런 사람이었다. 결국 떠나보내고 내 마음은 떠나보내지 못한 채 병이 든다. 잡을 자신은 없으면서 그렇다고 속시원히 떠나보내지도 못하는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었다. 지금까지는 나도 사람이니까, 사람이니까 하며 변명해 왔지만 비겁한 핑계였다. 잡을 땐 놓치지 않게 꽉 잡아야 상대방도 상처 입지 않는다. 놓아주어야 할 땐 편히 놓아주어야 내가 괴롭지 않다. 이제야 깨닫는다. 수많은 사람을 상처 내고 떠나보내고 나서야말이다. . . . 마음에 대한 책임을 다 할 것. 아픔도 기쁨도 내 책임이다.

나의 과거 2024.03.17

살아있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들은 많았다. 겨울의 추위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가 내 마음을 녹여줄 때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을 글이지만 글을 쓰는 이 순간도 이전에도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들은 많았다. 그래도 난 살아있음을 쫓았다. 나에게 더 큰 살아있음을 각인시켜 줄 무언가를 쫓고 또 쫓았다. 그것들은 한순간만큼은 보상을 주었다. . . 단 한순간 . . 저돌적인 쫓음은 내 주위의 수많은 살아있음을 놓치게 했다. 그 누구에게도 나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 맹목적으로 자신만을 사랑하게 했다. 내 주위에는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겨울의 추위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소한 연락도 무엇보다 이런 나조차도 찾아주는 그 사람의 온기를 느낄 때 오늘도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의 과거 2024.03.17

난 특별한 사람인가

난 특별한 사람인 줄만 알았다. 타인은 내게 게임 npc와도 같았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은 입체적인게 아니라 어떤 표면이라고 생각했다. . . . 하지만 아니었다. 타인도 나처럼 오만가지 생각과 걱정을 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와 같은 사람이었다. 그동안 타인의 외로움은 보지 않았다. 나와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개개인이 외롭다. 모두가 마음의 병을 한 가지씩은 앓고 살아간다. 그동안 미안했습니다. 나를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제와 고백합니다. 정말 정말 미안했습니다.

나의 과거 2024.03.17

후회

후회 없는 인생인 줄 알았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고 좋아하는 것, 즐거운 것만 찾아다녔다. 하기 싫은 일은 조금도 버텨보지 않고 금세 그만두었다. 그리고 어느새 28년째 살고 있는 지금 이제야 과거를 둘러보니 내 인생은 후회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잡지 못할 만큼 겁쟁이었고 좋아하는 것마저 끈기 있게 해내지 못했고 누군가의 호의마저 걷어찬 지금 이렇게 산 지 28년째가 돼 가는 지금 이제야 눈물이 난다. 이제야 깨닫는다. 왜 그 소중함들을 제대로 바라봐주지 않았는지 왜 그 사람들의 마음을 가벼이 여겼는지 도대체 왜.

나의 과거 2024.03.17

게임중독자

2024년이 되기 전 살면서 처음으로 나 자신에 대해 정의를 내렸던 날이다. 게임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본만큼 내 삶은, 내 인생에 대해서는 한계를 보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적이 있었나 게임은 모든 것을 갈아 넣고 신중하게 선택했는데 정작 내 인생에는 무언가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모든 걸 바쳐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 본 적 있었나 나는 누군가의 원한을 살 여지가 있는 일에 개입할 만큼 강심장이 아니다. 나는 승자와 패자를 가릴 수 있을 만큼 미움받을 용기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는 권력욕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인정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자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만 피하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외로움을 ..

나의 과거 2024.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