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신앙인이다. K는 신을 믿는다. 그래서 욕을 했다.
목사님의 설교를 헐뜯었다. 욕을 서슴지 않고 설교를 씹어댔다. 마구 씹어 목사님의 말을 욕과 함께 집어삼켰다. 억지로 밀어 넣었다. K는 억지로 목사님의 말을 욕과 버무려 씹어 삼켰지만 목사님은 K의 시간을 집어삼켰다.
왜냐하면 목사님은 똑같은 말만 했다. 다리는 저려왔고 자세를 바꿔도 나아지지 않았다.
설교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떤 여자의 아멘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어떤 짐승의 외침처럼 아멘소리는 날카로워지고 커졌다.
K는 그 소리가 마치 K가 욕과 함께 목사님의 말을 집어삼키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 여자는 무엇과 함께 목사님의 말을 씹어 삼켰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무튼 무언가와 함께 씹어 억지로 삼켰다고 생각했다.
다리가 저려서 그랬을까
아니면 화가 나서 씹어 삼켰을까.
화가 났다면 무엇 때문에?
그 삼킴이 괴롭고 버거워서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아멘'으로 신의 뜻에 화답 아닌 포효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문득 신을 믿는 사람들은 '신을 믿는다'기보단 '신은 있어야만 한다'라고 생각하기에 믿는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K는 생각했다. 돈을 신으로 믿고 따르긴 싫으니까. 왜냐면 나는 돈이 없으니까. 그럼 나에겐 신이 없는 거니까. 잡을 수 없는 신을 쫓기도, 그렇다고 마땅히 신으로 믿고 따를만한 무언가가 없었으니까.
K가 사는 자본주의의 야만적인 세상에는 돈 외에 보이는 무언가를 믿고 따를만한 게 없었다.
그렇지만 믿고 따를 게 없는 세상에서 흔들리며 살아가기엔 너무 어지러워서, 영혼이 구토증세를 보일 때 그때 신을 믿게 된다고 생각했다. 아니, 존재해야만 한다라는 걸 인지한다고 생각했다.
K가 읽은 소설에 아이는 물건에도 인격을 부여하지만 어른은 인간을 물건취급한다고 했다.
K는 피차 어떤 문명도 발전하기 전이나 지금의 인간들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아이만이 제대로 된 인간 같다. 나머진 싹 다 괴물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사람을 먹을 것으로 보고 먹고 또 먹어 거대해지고 싶은 괴물들의 모임.
그것이 세상이라고 K는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이 정리될 즈음 K는 전자담배를 하도 피워대서인지, 캄캄한 방 안에서 홀로 비추는 모니터를 응시해서인지 무언가에 대한 역겨움 때문인지 모를 구토할 것 같은 울렁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