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나열

죽기 전에 볼 회고록

소설

7

부랑자뜨내기 2024. 5. 7. 09:59

경사스러운 날이다.

드디어 K의 마음이 죽었다.

K의 마음이 그제야 처형당했던 것이다.

 

K는 한편으로는 후련하다.

이제 여자는 성노예거나 아이를 낳는 기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친구는 그저 일만 하는 기계이자 머저리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부모님도 길러주신 조부모님도 모든 의미가 사라졌다.

 

알베르 카뮈의 말이 맞았다.

세상에는 그 어떤 뜻도 의미조차 없다.

그냥 그 속에서 시간과 싸우며 살아간다.

시간과 친하게 지낼지 싸우며 지낼지의 차이일 뿐이다.

 

K는 이제 어떻게 시간과 친해질지

친해지지 못한다면 어떻게 대적해야 할지 그것만 고민할 뿐이다.

맑다. 정신이 개운하다. 잡생각은 온데간데없다.

그저 죽음이 조금 덜 아팠으면 좋겠다.

대신 K는 자살할만한 깜냥이 있는 사람은 아니기에

피차 시간과 어떻게 지낼지에 대한 고민만 하면 된다.

 

아름다운 날이다. 그리고 기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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