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하다.
진저리가 나도록 몹시 싫고 괴롭다는 뜻이다.
나는 지금 인생이 지겹다고 느끼고 있다.
진저리가 나긴 한다. 그러나 몹시 싫고 괴롭다까지는 아니다.
단지 매일 똑같이 자고 매일 똑같이 살아 숨 쉬고
매일 같은 내 얼굴을 보고
같은 내 몸을 같은 일상을 같은 주변 사람을 같은 공부를
보고 듣고 느끼고의 반복됨이 진저리가 났을 뿐이다.
모든 사람이 삶에 지긋지긋함을 느낀다면 나보다 연장자들은 대단하다고 느꼈다.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가
매일 출근하는 우리 아빠가
밖에서 보는 어른들이
대단하거나 모두 겁쟁이이거나
모두가 겁쟁이라 삶에서 도망칠 수 없어서
그럼에도 오랜 시간 지긋지긋함과 동반해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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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괴롭고 안 해도 괴롭다. 그렇다면 하고 괴로운 게 낫다.
그러나 지긋지긋할 땐 정말 안 하고 싶다.
그 정도 인내도 끈기도 없다.
안다.
알아서 더 괴롭다.
나는 지금 모든 게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