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갈 줄 알았다.
아픔과 고통도 괴로움도 받아들인 채 온전히 느끼고 있는 줄 알았다. 그렇게 흘려보내고 있는 줄 알았다. 그것도 꽤 짧은 시간 안에
그래서 나는 생각보다 아픔에 강한 사람인 줄 알았다. 이별과 실연에, 무언가의 상실의 아픔에 강한 줄로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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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다. 지나가지 않았다. 지나가지 못하고 고이고만 있었다.
단지 이 표현을 잘 몰라서, 고이고 있다는 실체를 잘 몰라서 몰랐던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나니 깨달았다. 고이고 있었다.
그래서 이 고인 것을, 파일대로 땅이 파여 깊게 고인 이 아픔을 마주하니 갑작스레 울음이 났다.
슬펐다. 괴롭고 내가 이만큼 괴로운 줄도 몰랐다.
그렇지만 계속 울지는 않았다.
그저 내가 괴롭다는 사실을, 아픔을 제대로 흘려보내지 못해 고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뿐이다.
그것이 마음의 놀람과 눈물이라는 신호로 알게 해 준 것뿐이다.
이미 고여버린 물을, 아픔을 어떻게 흘려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시간이 약일지 모르겠다. 자연스레 길을 내줄지도 모를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