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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현재

전깃줄

부랑자뜨내기 2024. 4. 12. 00:18

나는 전깃줄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새 한 마리가 날아와 한동안 머물다 갔다.

모든 게 소음이었지만 그 새가 지저귀던 소리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어떨 땐 깨끗하고 맑은 시냇물 소리를, 어떨 땐 요란한 파도 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 모든 소리가 좋았다.

그러다 그 새는 떠나갔다. 잘 대꾸해주지 않아서였을까

그렇지만 나는 새의 언어를 모르는데. 새의 언어를 배웠어야 했나.

아니면 때가 되어 떠난 것일까.

어느 쪽이든 다시 도시의 소음밖에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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