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나열

죽기 전에 볼 회고록

나의 현재

걱정좀하지마

부랑자뜨내기 2024. 4. 5. 19:38

카페에서 책을 읽는 중에 할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해선 온갖 걱정을 늘어놓으셨다. 아- 또 시작이네.

 

예전엔 애써 나를 위해주는 마음에서, 아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겠거니와 하며 흘려들었지만 하는 말도 듣는 말도 예민해진 요즘이라 조금 폭발해 버렸다.

70세 넘은 노인에게 이것저것 설교하려 들어 버린 것이다.

 

결과는 참혹하다. 아- 역시나.

내 말은 들어갈 리가 없고 기분과 감정만 상한채 짜증내서 미안하다는 카톡이나 남겼다. 그리고 아빠에게 알리고 달래 들려주라는 부탁만 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읽은 책중에 비슷한 내용이 있던 것 같은데

아 찾았다.

읽을 땐 몰랐는데 겪고 나니 깨닫는 게 있었다.

아- 기대 말고도 또 있었다.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부담을 지어주는 것이 또 있었구나

 

물론 알고 있다. 아끼고 사랑하니까 걱정하는 거겠지.

근데 오히려 책의 내용처럼 움츠러들게 만든다.

아니, 나의 경우 마주하지 않던 것들도 마주하게 만든다.

상대방의 걱정의 기준이 나에게는 맞지도 않는다. 난 그런 생각하지도 않고 가치를 두지도 않았다. 근데 꿋꿋이 그 기준을 나에게 들이민다.

뭐 그 기준에 맞추어 나도 같이 걱정하고 불안해하라는 뜻으로 하는 말인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가족이라도 누군가를 함부로 걱정하는 것도 선을 넘는 일이다.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겨내기 위한 도약을 준비중일수도 있는데 왜 마주하지도 않던 걱정을 불안을 상기시키는가. 혹은 책의 내용처럼 왜 애써 잠재운 불안을 꺼내놓는가.

 

그러니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타인은 타인이다. 조언뿐 아니라 함부로 걱정하는 것도 좋지 않다. 가장 최선은 믿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안심하는 것이다. 속은 그렇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않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거나 말을 하지 않는 게 차라리 낫다. 믿는다면서 온갖 걱정을 늘어놓는데 어느 누가 상대방이 자신을 믿는다고 생각할까.

 

그러니 타인을 향해서는 그 무엇도 향할 필요는 없다.

그 무엇이라도 오로지 자신을 향해서만 던져야 한다.

타인을 향해 걱정을 던지는 일은 자신의 속도로 걷고 있는 자의 길 앞에 장애물을 놓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나의 현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로  (1) 2024.04.24
전깃줄  (0) 2024.04.12
사실은  (0) 2024.03.30
3개월  (2) 2024.03.28
꾸밈 없는 글을 쓸 것이다.  (0) 2024.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