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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철학

나의 배낭

부랑자뜨내기 2024. 6. 21. 13:25

나의 속도로 가려면 기꺼이 혼자가 되어야 한다.

 

지금이나 먼 미래 무언가를 이뤘을 때에나

 

응원하거나 기뻐해 줄 사람이 없도록

 

그러면 기대도 부담도 없으니까

 

혼자가 되어야만 인생은 책임이 아니라 여행이 된다.

 

그래야만 여유롭게 나 속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한동안은 먼 미래, 마침내 성취했을 때 곁에 아무도 없다면 이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곁에 누군가 있을 필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정을 즐겨내는데 나의, 내 인생의 본질이 있었다.

 

그것을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무엇하나 책임질 필요 없이

 

그 과정을 나만의 속도로 온전하게 즐겨내는 것.

 

누군가 곁에 있든 없든, 그 존재가 있더라도 항상 나의 존재가, 나의 여행이 먼저가 될 것.

 

그 책임의 무게를 견뎌내는 것이 인생이 아니라 홀연히 떠나는 배낭여행 같은 것이 내 인생의 본질이었다.

 

이것이 내가 사람을 옆에 그러니까 가까이 두지 말아야 할 이유였다.

 

기대에서 나온 부담도 관계에서 나온 책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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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짐이 너무 무거워 배낭을 열어보니 무거운 짐으로 채워져 있었고,

 

나는 그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본래 있었던 나의 것들을 내려놓았었다.

 

그러자 삶은 여행이 아닌 기약 없는 노동이 되고 말았다.

 

도착지가 보이지 않는 국토대장정이었다.

 

나의 짐과 사람들의 짐을 함께 가지고 가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배낭은 그것들을 모두 담기엔 작았고 짊어지고 가기엔 내 자신이 너무나도 나약했다.

 

그래서 나의 배낭 속엔 오늘 하루의 충만을, 과정만을 담기로 했다.

 

홀연만을 담기로 했다.

 

여유만을 담기로 했다.

 

그렇게 난 하루하루 배낭여행을 하기로 했다.

 

식사자리에서 누군가 앞에서 한숨을 쉬어도 상관없다.

 

가족이 힘들어해도 친한 친구가 힘들어해도 상관없다.

 

지나치기로 했다.

 

그들이 내 곁에 있어주는 것은 당장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채무였다.

 

언젠가 더 큰 짐이 이자로 돌아올 뿐이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그들의 욕구만을 살펴주기로 했다.

 

그 외에는 지나치기로 한다. 흔들리지 않기로 한다.

 

내 배낭에는 더 이상 당신들의 무언가가 들어갈 자리는 없으니까.

 

더 이상 당신들의 무거운 짐을 내 여행배낭에 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기에 당신들의 감정이나 마음, 곤욕과 괴로움은 모른 채 지나치기로 했습니다.

 

내가 당신들의 그것들을 온전히 바라봐주었을 때, 당신들은 나에게 무언가를 느낄테니.

 

인간은 가까워질수록 서로의 짐을 맡기고 걸어가려는 이상하고도 이상적인 본능이 있으니까

 

더 이상 친절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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