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랑했던 'N'에게

부랑자뜨내기 2024. 5. 14. 10:32

한때 내가 널 더 사랑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난 너에게 '내가 항상 네 옆에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고 말했었지

그 말은 들은 그 당시의 네 심정이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말이 어지간히 너의 마음에 칼날이 되어 괴롭히고 상처를 내었는지

이내 우리 사랑의 무게 추는 네 쪽으로 기울어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너의 순진무구함에 내 비열함과 이기심은 꾀나 효과가 있었다.

이후로도 나는 너에게 나의 소중함을 강요했고 세뇌시켰다.

그렇다.

 

너는 나를 한 존재로 사랑하려 했고

나는 너를 한 존재로 소유하려 했다.

그러자 너도 나를 소유하려 했다.

 

내 수많은 요구와 소유욕으로 너의 많은 것들이 내게 맞추어졌을 때,

그 수많은 아픔과 깎임, 희생이 나의 모양에 너의 퍼즐이 끼워 맞춰지게 되었을 때,

내 비열하고 추잡한 욕망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더 이상 깎이고 아파할 필요가 없어진 너를 이젠 떼어내고 싶었다.

그러자 나의 소유욕이 더 크고 불어난 너의 것이 되어 나를 덮쳐왔다. 

 

너는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주었지만 나는 너에게 사랑은 소유라고 잘못 가르쳐주었다.

어두운 골방 속 너무나도 아름답고 사랑스럽던, 행여나 꺼질까 조마조마하며 아끼고 지켜주고 싶던 너의 딱 알맞던 촛불 같던 사랑을

나의 원통한 날숨이 그 작은 불씨를 흐트려트렸고 이내 모든 골방을 태우게 만들었다.

그 뜨거움을 안아주지도 못할 거면서, 그 안에서 함께할 용기가 없었으면서 나는.

마침내 우리 사이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나는 너에게 있어 파멸자다.

나는 우리가 서로의 시절연인이자 선물인 줄 알았으나

사실 나는 너에게 악마 그 자체였고 배반자였으며 괴물이었다.

지금도 염치없는 것은 네가 미친 듯이 그립다.

너를 위해 네 주변에서 내가 치워져야 한다는 걸 차츰 깨달았을 땐

이미 내 세상은 무너지고 없었다.

 

그러니 그냥 내가 죽었다 생각해 주길

오래전 책임을 묻지 못한 살해범이 무책임하게 죽어버렸다 생각해 주길

그러니 혹여나 마주치더라도 나에게 작은 여지조차 주지 말기를